우리들의 기부이야기
[2020필란트로피 '나의 기부이야기'] 후배를 위해 오른 가슴 벅찬 산행길
2020-12-28

작성자함*준

산행 간호사가 되기 전 일반인으로 전문 의학지식이 깊지 않던 때의 일입니다.
평소 몸이 약한 후배와 운동 삼아 산을 오르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후배는 ‘PA with VSD MAPCA’라는 중증 희귀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등산은 위험천만한 금기 활동이었습니다.
다행히 그 약속은 여러 사정으로 그냥 약속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해는 2004년이었고, 그로부터 9년 후, 간호사가 되고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 때의 약속은 왠지 마음의 빚처럼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후배가 왜 그런 무리한 약속을 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그 해답은 간호사가 된 후 만난 후배의 고백으로 풀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후배는 산에 꼭 한 번 가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 치 망설임 없이 “형이 업어서라도 산 정상에 서게 해줄 테니 한 번 해보자”는 대답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산행에 나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흔한 산행이 아니기에 어떠한 위급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후배를 업을 지게와 구급장비 등을 구입하고 의료팀도 꾸렸습니다.
지게는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개조했고, 구급상자부터 산소통까지 점검한 후 일생일대의 산행채비를 마쳤습니다.
팀원들은 의료인과 소방관인 친구들로 구성해서 응급상황에 대비했습니다.
날씨부터 물품, 사람들까지 많은 준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드디어 2016년 10월 8일, 후배를 업고 아차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등에 사람을 이고 산을 오르는 것은 예상보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산 정상에 도달하자 힘든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오른 후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그 가슴 벅참은 보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산에 오르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다는 후배의 말은 더욱 가슴을 울렸습니다.
 
감동도 잠시 하산 길은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배는 업혀있기조차 힘들어하며 수시로 입에 산소 호흡기를 대고 군데군데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 짓는 후배의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여곡절을 겪으며 무사히 등산을 마치기까지 저와 후배는 물론 함께한 모든 팀원에게 뿌듯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목록
상세보기 팝업창닫기
글 등록시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