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소식
'Grateful Patient Program' 변재연 기부자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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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로 시작된 20년 인연,
"의학 발전 위해 써 달라" 1억 원 쾌척

고려대 안암병원에 의학발전기금 1억 원 기부를 약정한 변재연 기부자.
 
2월 중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특별한 기부금 약정식이 열렸다. 고려대 동문이나 교직원이 아닌 환자가 기부자로 나선 것. 그 주인공은 20년 동안 고려대 안암병원과 인연을 맺어온 변재연 여사다. "오랜 기간 환자로 지내면서 본 의료진의 정성스러운 진료에 감사를 표하고, 의학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하는 변 여사를 만났다.

"믿음이 깊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드리는 기도가 있어요. 언젠가는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하겠다는 기도죠.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차고 넘치는 풍족한 시기를 기다리기에는 나이도 있고, 더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변재연 여사가 한 답이다. 변 여사는 환자로서 20년째 고려대 안암병원을 다니고 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거나 큰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번 인연을 맺은 뒤 불편한 곳이 있을 때마다 안암병원을 찾았고, 자연스레 산부인과 김탁 교수, 안과 유정권 교수,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순환기내과 주형준 교수를 비롯한 여러 의료진 및 교직원과 오랜 친분을 쌓았다. 변 여사는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로 건강을 되찾은 친지를 보면서 "질병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는 방법은 의학 발전"이라고 믿고 기부의 뜻을 세웠다고 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변 여사가 고려대 안암병원을 처음 찾은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원무과 교직원과 우연히 알게 됐고, 그의 소개로 병원 갈 일이 있을 때면 고려대 안암병원을 향했다. 살다 보면 이래저래 아픈 곳이 생기기 마련이라, 이과 저과 다니면서 고려대 안암병원 곳곳의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다. 정작 변 여사는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날 부산 사는 넷째 언니네 집에 사달이 났다.

"형부가 암 진단을 받았는데, 근처 병원에서 '생존 확률이 정말 운이 좋으면 50%, 아니면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는 거예요. 언니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변 여사는 당장 부산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CD로 받아 고려대 안암병원 원무과 교직원에게 전했다. 그는 즉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진료를 의뢰했다. 수술 날짜가 잡혔고, 변 여사 형부는 오래지 않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밝은 모습으로 퇴원했다. 건강해진 형부를 보면서 누구보다 기뻤던 것은 바로 변 여사 자신이었다.

"당시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살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는 진단에 절망하게 된 형부와 가족에게 끊임없이 위로와 용기를 줬죠. 지금 생각해도 참 감동적인 모습이었어요. 신경외과 선생님, 수간호사님 등 모든 분께 감사할 따름이죠."

바로 이 경험으로 변 여사는 "의학이 발전하면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한다. "나 스스로 사람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고려대 안암병원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도 했다. 바로 이때부터 그는 기부를 기도 제목으로 삼았을 것이다.

 
 
 
선한 영향력, 민들레 홀씨 되어 세상에 퍼질 것
변재연 기부자는 "이번 기부가 의학 발전에 기여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변 여사는 2월 14일, 자신의 오랜 기도를 실천으로 옮겼다. 고려대 안암병원에 의학발전기금 1억 원 기부를 약정하고, 먼저 5,000만 원을 기부한 것. 나머지 5,000만 원도 4월까지 기부할 예정이다.

"구체적 결심을 한 건 작년 9월이에요. 그때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고 마음 먹었거든요. 잘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는 온전히 저를 위해 살지 못했더라고요. '나를 위해 사는 것'의 첫 걸음으로 기부도 빨리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일부만 기부했는데, 나머지도 빨리 마무리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해 살겠다면서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이 남을 위한 기부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중한 이타심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밝히는 따뜻한 빛이라는 것을 기부자들은 알고 있다.

변 여사에게는 의학발전기금 기부만큼이나 소중한 기도 제목이 또 하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 고생 안 해본 사람이 없겠지만, 저희 집은 유독 가난했어요. 학창 시절,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는커녕 아침밥부터 굶는 게 일상다반사였죠. 중학교까지 나오고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게 제게는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그 응어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변 여사가 장학금으로 출연하고자 하는 금액 역시 1억 원. 변 여사는 이 기부 결심 또한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 고려대 안암병원 기부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권유했을 때 변 여사는 한사코 마다했다. 하지만 "여사님이 보여주신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거듭된 요청에 허락을 받았다. 변 여사가 보여준 소중한 기부의 마음이 고려대 안암병원에만 머물지 않고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져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