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소식
고대 의대 입학 50주년 맞은 두 의사의 기부 행렬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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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의대 입학 50주년 맞은
두 의사의 기부 행렬

고려대의료원 해연의학도서관에는 특별한 이름의 스터디룸이 있다. '김숙희 스터디룸', '남명화 스터디룸'이 그것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동기인 김숙희, 남명화(72학번) 교우의 기부금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숙희 교우는 서울시 의사회장과 고대의대 교우회장을 지냈고, 남명화 교우는 안과 전문의로서 고려대학교 여자교우회장과 고대의대 여자교우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평소에 모교 사랑을 실천해왔다. 최근 두 교우는 우석(友石) 김종익 선생이 고대의대의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설립을 위해 1937년 당시 65만 원을 희사했던 뜻을 기리고자 각자 1억 원에 65만 원을 더한 금액을 기부했다. 두 교우에게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숙희 남명화 두 학우는 1972년 나란히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다. 김숙희 교우는 당시를 떠올렸다. "여고를 졸업하고 수험생에서 벗어났을 때 앞으로는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꽉 찬 수강 스케줄, 의예과와 본과를 거치는 동안 시험에 찌들면서 내 인생에 시험에서 벗어날 날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입학 50주년을 맞은 지금의 삶은 어떨까. 김숙희 교우는 "지금도 환자가 내는 시험 문제의 답을 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며 웃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1928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에서 출발했다. 1933년 경성여의학강습소,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서울여자의과대학로 이름을 바꾸고 수도의대를 거쳐 지금의 고대의대로 명맥이 이어진 것.
 
남명화 교우도 입학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고려대학교 운동장에서 합격자 발표를 보고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1970년도에는 혜화동에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있었어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교정에 만발한 벚꽃은 아름다웠습니다." 남명화 학우는 공부 뿐 아니라 의료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다.
 
 
기부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모교라고 생각
 
돈이 많아도 기부는 쉽지 않은 결정일 터. 다른 기관이 아닌 모교에 기부한 이유가 있을까. 김숙희 교우는 "기부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모교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모교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김숙희 교우는 의대 재학 당시 본과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때 받은 장학금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김숙희 교우는 "그때보다 지금의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남명화 교우는 고려대 의대 시절 부모님 덕분에 어려움 없이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을 보며 언젠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남명화 교우는 "고대의 이름으로 졸업을 하고, 고대가 울타리가 되어 줘 내 삶의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어요. 그 힘으로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모교의 의학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각자 개인적으로 고려대의료원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었다. 기부에 대한 그들만의 원칙과 소신은 무엇일까. 김숙희 교우는 "기부는 죽은 후에 유산으로 남기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곳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곳에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곳, 먼 곳을 돕겠다는 것은 모순이죠"라고 말했다. 기부에도 중독성이 있는데, 이 중독성이 퍼질수록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터디룸을 보고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남명화 교우는 "의료시설과 의료인력, 의료의 질 모두 고려대의료원은 발전하고 있어 세계 어느 의료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자부심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 이름이 들어간 스터디룸에서 후배들이 공부하며 발전과 성장이 있어 의료계의 훌륭한 인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김숙희 교우는 "교우님들 모두 강당 의자 등 자신의 모교에 명패달기 운동을 하면 좋겠습니다"라며 "후배들도 그 길을 따라가리라 믿어요"라고 말했다.
 
 
"후배들은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살길"
 

기부를 통해 모교의 의학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선배 의사 2명. 이들은 후배 의사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김숙희 교우는 "앞으로 펼쳐질 첨단의료, 미래의학으로 인해 여자 의사이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부담이 된다는 기존 관념도 없어질 것 입니다. 사회가 만든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길 바랍니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김숙희 교우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좀 더 일해서 기부도 더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지 배낭여행 등 놀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남명화 교우는 "참 열심히 달려온 세월이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한 템포 느리게 삶을 뒤돌아보며 살고 싶습니다. 물론, 학교발전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달려가 작은 힘이라도 보탤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